몇 해 전에 JTBC 뉴스룸에 한 정치인의 스토리가 실렸다. 바로 캐나다 정치인 장 크래티앵( Jean Chrétien)이었다. 2024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후보들의 TV토론 전략을 컨설팅하고 있는 필자는 장 크래티앵을 통해 리더의 설득 스피치란 어떤 것인지 말하고 싶다. 그렇다면 손석희 진행자가 소개한 장 크래티앵은 누구일까?
프랑스계 캐나다인인 장 크레티앵은 캐나다의 정치가로서 1935년에 퀘벡 주에서 19 남매 중에 18번 째로 태어났다. 그는 치명적인 결점을 가지고 있었다. 선천적으로 한쪽 귀가 들리지 않았고, 중이염을 앓았는데 가난으로 인하여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여 한쪽 얼굴에 안면마비 증세가 와서 얼굴근육이 비정상적으로 일그러졌다.
그의 뒤틀린 얼굴과 어눌한 말투로 인해 어릴 적부터 놀림을 많이 받으면서 힘들게 성장하였다. 그야말로 대표적인 흙수저에 열등감 덩어리였고, 늘 왕따였다. 하지만 그는 주눅 들지 않았고 당당하게 사람들 앞에 섰으며, 정치인의 꿈을 가지고 도전하였다. 주위 사람들은 불가능하다면서 말렸지만 굴하지 않았고 1963년, 29세의 나이에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1990년에는 자유당 총재가 되었고, 1993년 총선에서 자유당이 승리하여, 캐나다의 제20대 총리로 취임하게 되었다. 1997년과 2000년 총선에서도 승리하여, 세 번 연속 총리직을 지켜냈다. 재임 중 무난한 경제성장을 달성하고, 그의 출신지인 퀘벡 주의 분리를 저지하는 성과를 올렸다. 2003년 12월 12일에 스스로 총리직과 당수직에서 물러나 정계를 은퇴하였고, 다시 변호사 생활을 하였으며, 상담자로 활동 중이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그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1993년 총리 선거에 출마한 그를 향해 반대 후보 측은 “이게 총리의 얼굴입니까?”라는 인신 공격적 광고를 내기도 했다. 유권자들을 만나는 유세 현장에서 자신을 멸시하는 공격에 그는 이런 연설로 대응했다.
“신은 저에게 태어날 때부터 육체적 결함을 줬습니다. 많은 놀림을 받았지만, 신은 저에게 다른 소중한 가치를 주었고, 저는 그것에 감사했습니다.”
그때, 누군가가 그를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한 나라를 대표하는 총리가 언어장애를 갖고 있다니 말도 안 됩니다!”
그때 장 크레티앵은 표정의 변하 없이 침착하고 느리지만 단호하게 대답했다.
"맞습니다. 저는 말을 잘 못 합니다. 하지만 거짓말은 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불편함을 솔직히 시인한 그에게 국민들은 감동했고 지지했다. 국민의 환호 속에 총리에 당선된 그는 2003년 퇴임 때까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그리고 역사는 그를 ‘캐나다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정치인’으로 기억하고 있다.
나라의 대표자들에겐 흔하지 않은 장애를 갖고 있었지만, 정직과 진정성이라는 신념으로 3번 연속 국민의 신임을 받은 캐나다의 총리였다. 장 크래티앵을 통해 언상이 좋다는 것은 화려한 말주변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언상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자신감과 진정성이다. 그리고 자신의 약점을 감추기보다는 솔직하게 드러내고 인정하는 용기가 오히려 감동과 신뢰를 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