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좋은 인상의 조건
2015년 <ZD Net Korea>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습니다.
‘MIT 컴퓨터과학/인공지능연구소(CSAIL)에서 관상학 알고리즘을 개발해 유명 CEO 14명의 얼굴을 분석하고 평가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미국의 유명 CEO 14명의 얼굴을 분석하고 평가한 기준은 바로 ‘기억성(Memorability)’이었다. 사람들의 뇌리에 얼마나 좋은 인상으로 오래 기억될 수 있는가가 평가 기준이었다. 척도는 0~1점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기억성이 높아 인상이 좋다는 의미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14위는 0.769점을 얻은 구글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래리 페이지, 13위는 0.79점을 얻은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의 CEO 케네스 체르노, 12위는 0.81점을 얻은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의 CEO 마릴린 휴슨, 11위는 0.816점을 받은 휴렛패커드 CEO 메그 휘트먼, 10위는 0.836점을 받은 제너럴모터스의 CEO 마리 바라, 9위는 0.838점을 받은 스타벅스 CEO 하워드 슐츠, 8위는 0.848점을 받은 오라클 공동 CEO 사프라 카츠, 7위는 0.85점을 받은 제록스의 CEO 우르술라 번스, 6위는 0.87점을 받은 애플의 CEO 팀 쿡, 5위는 0.876점을 받은 테슬라자동차 CEO 엘론 머스크, 4위는 0.888점을 받은 펩시코의 CEO 인드라 누이, 3위는 0.889점을 받은 월트 디즈니의 CEO 밥 이게르, 2위는 0.9점을 받은 야후의 CEO 마리사 메이어, 1위는 0.928점을 얻은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가 차지했다. 이 연구를 주관한 아우데 올리바 수석연구원은 “친근감은 호감을 강화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2. 매력자본
만나는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고 싶은 욕구는 누구나 갖고 있을 것입니다. 이 연구는 신뢰는 호감에서 비롯되고 호감을 강화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이 친근감임을 보여줍니다. 미국 역대 대통령들의 멘토로서 국제정치와 리더십을 연구해 온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조지프 나이 교수는 “권력이란 강요와 보상이 아니라 매력으로 상대를 움직여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것을 ‘소프트 파워’라 일컬으며 구체적인 요소로 비전, 정서지능, 소통을 강조했습니다. 리더라면 구성원들과 비전을 공유하고, 서로 공감하면서 정서적인 교류를 할 수 있어야 하고, 소통을 원만하게 이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영국의 런던정치경제대학교 캐서린 하킴 교수는 옥스퍼드대 저널지(2010년)에 경제적 자본, 문화적 자본, 사회적 자본에 이어 제4의 자본을 매력 자본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매력의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데 매력적인 외모와 건강한 몸, 사교술과 유머감각, 활력과 세련된 패션스타일, 메이크업 등으로 신체적 매력과 사회적 스킬이 합쳐져 매력 자본이 형성된다고 했습니다. 또한 그렇게 형성된 매력 자본은 일상을 지배하는 조용한 권력이라고 말했습니다.
3. 리더가 변하면 조직이 변한다
한번은 대기업 CEO 이미지 컨설팅을 맡았을 때의 일입니다. 컨설팅을 의뢰한 담당 직원의 말에 의하면 그 CEO는 매우 유능한 인물인데 회의시간에 성과의 결과나 보고서 양식 등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험한 말을 서슴없이 내뱉어서 회의시간만 되면 공포 분위기가 조성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임원들과 구성원들의 긴장감과 불만도가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리더의 이미지 컨설팅은 많은 공부와 준비가 필요해서 며칠간 열심히 준비해 직접적인 조언은 오히려 역효과를 주므로 다양한 연구자료와 외국 사례를 찾아서 CEO의 경영 이미지와 소통 컨설팅을 진행했습니다. 그에게는 외국의 이상적인 CEO의 사례를 보여주고 내부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미지 진단 프로그램을 이용해 내부 구성원이 평가하는 CEO의 이미지(객관적인 자아 이미지) 점수를 조사하고 난 후에 CEO 본인 스스로 자신에 대한 이미지(주관적인 자아 이미지)를 평가하게 했습니다. 그 결과는 객관적인 자아와 주관적인 자아 사이의 점수 차이가 충격적일 만큼 컸는데, 당연히 CEO 본인이 평가한 점수가 훨씬 높았습니다. 그 CEO는 결과를 보고 나서 잠시 충격을 받은 듯했는데,
그 차이를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저는 그 CEO분께 어둡고 딱딱한 표정을 바꾸는 운동을 시작으로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CEO분은 구성원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해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가 확고했습니다. 예정된 7회 중 2회 컨설팅이 지나고 3회차 컨설팅을 위해 기업을 방문했을 때 담당 직원이 감사하다는 말을 여러 번 하면서 컨설팅 효과가 나타나서 조직 분위기가 고무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여러 가지를 제안했지만, 그중에 다음과 같은 제안을 했습
니다. “구성원을 만나면 웃어주기만 해도 좋으니 말을 되도록 줄이고, 하더라도 긍정적인 격려만 해주세요. 그리고 신입사원을 만나러 갈 때는 복장이 자유로운 금요일을 택해서 라운드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가보세요.”
대기업이다 보니 CEO분은 하루에 1개 층의 직원을 만났는데 주로 건네는 대화는 “힘들지 않아요?”, “혹시 근무하면서 힘든 거 있으면 편하게 요청해요”, “옥상에 가서 경치도 보면서 일해요” 등 부드럽고 격려가 담긴 말이었다고 합니다. CEO의 등장이 회사에 소문이 나면서 어둡고 무거웠던 조직 분위기가 생기가 돌기 시작했고, 엄격하고 부담스럽다는 소문의 주인
공인 CEO를 직접 만나보니 그러한 소문이 편견이라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CEO가 전 직원을 만나고 난 뒤에는 직원들의 CEO에 대한 이미지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합니다. 특히 젊은 세대 구성원들은 CEO의 얼굴을 직접 볼 일이 없었는데 사진 속 얼굴 인상보다 훨씬 밝고 친근하다고 대부분 평가했고, 다정한 말투와 젊어 보이는 캐주얼 차림을 통해 젊고 열린 마음을 가진 리더로 인식되었다고 합니다.
리더는 회의 시간이나 대화의 시간에 지적이나 잔소리를 하면서 구성원들에게 자기를 보호하려는 방어기제를 자극하기보다는 편안함과 존중받는 느낌, 즉 친근감을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한 리더가 마음을 열고 자신의 의견을 소신껏 이야기하는 분위기를 이끌어내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조성합니다. 이것은 비단 리더뿐만이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사항입니다. 좋은 인상은 친근함에서 나오고, 사람들과의 원만한 관계와 좋은 이미지는 행복한 직장생활과 함께 좋은 성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