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리스토텔레스와 수사학
영항력이 있는 사람일수록 상황에 맞는 소통능력을 갖추고 인간관계 능력이 좋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밑바탕에는 사람을 끄는 매력과 설득력이 있다.
사람을 설득하고 호소력 있게 표현하는 언어기법을 연구하는 학문이 수사학이다. 특히 그리스 로마시대에 군중들 앞에서 연설을 하고 설득력을 갖추어야 하는 리더를 위한 학문이었다. 수사학은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발달하기 시작했고, 말과 글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아름답게 꾸미는 데 그 의의가 있었다. 그러나 예전에는 꾸미는 데 의미를 두었던 수사학이 현대사회에서는 정확한 전달력과 설득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에 더 의미를 두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을 이야기하며 수사학에서 세 가지를 강조했다. 첫째는 에토스로써 말하는 사람(화자)의 신뢰가 가는 인품. 즉 인성, 태도, 윤리성, 이미지 등과 관련된 것이다. 둘째는 파토스로써 화자의 공감능력과 호감도로 청중의 심리 상태를 헤아리고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공감, 배려 등을 말한다. 셋째는 로고스로 논리력을 말하는데 설득하고 주장하고자 하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이성으로 논리나 근거를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설득은 논리적으로 설득하려고만 하면 안 되고 자신이 얼마나 인격적으로 믿을만한 사람인지 보여주고, 청자의 입장에서 감성과 니즈를 사전에 파악하고 고려해서 공감과 호감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예를 들면 대중 스피치를 할 때에 초반에 대중의 정서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아이스 브레이킹을 하면서 라포를 형성하고 청중의 니즈를 채워줄 만한 내용과 호감 가는 이미지를 갖추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더 자세히 설명해 보면, 아무리 말을 잘하는 달변가라 할지라도 인격이 형편없다면 사람들은 그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 우리는 윤리적으로 신뢰를 잃어버린 정치, 경제 분야의 리더들이 대중으로부터 한순간에 외면당하는 모습을 뉴스를 통해 흔히 보게 된다. 에토스가 윤리학의 어원이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능력보다 윤리적인 인성과 품격, 즉 에토스가 바탕이 되어야 대중을 설득하고 뜻을 펼칠 수 있는 것이다.
파토스는 감성적인 부분으로 청중의 심리와 욕구(Needs)를 파악해 그 감성에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그것은 공감과 감동으로 이어지고, 감동하면 설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성은 이류, 정서지능은 일류”라고 평가받던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미국에서 존경받는 대통령에서 빠지지 않는 이유는 친근감으로 무장한 그의 감성 능력 덕분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오바마 역시 에토스와 파토스가 뛰어나서 대중에게 감동을 주는 연설로 유명하다. 그는 연설 무대에서 진정성 있고 겸손한 자세와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을 통해 군중을 감동시켰고 설득했다.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이성으로 설득하는 로고스는 객관적인 사실이나 이론에 바탕을 두는 것이다. 에토스와 파토스가 중요하지만 이성적인 논리가 없으면 설득하기 어렵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로고스가 에토스와 파토스를 이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은 사실이나 이론보다 믿고 싶어하는 사실이나 사람을 더 믿기 때문이다.
2. 에토스가 더 강하다
전문가들은 가장 설득력을 높이는 세 가지 요소의 비율을 에토스 60%, 파토스 30%, 로고스 10%라고 말한다. 마틴 루터 킹의 “나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연설을 최고의 명연설로 꼽을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의 균형을 가장 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설득력을 높이려면 인품과 신뢰를 먼저 갖추고 듣는 사람의 심리와 정서를 생각하면서 표현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말에 로고스, 즉 논리성도 들어 있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에토스와 파토스를 갖추어야 한다. 인간은 이성보다 감성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에토스와 파토스. 그리고 로고스는 상대방이나 대중에게 호감과 신뢰를 얻는 요소다. 결국 상대방에 호감과 신뢰를 주어야 설득을 얻을 수 있다.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에토스와 파토스, 로고스를 갖출 것인지 고민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