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부싸움의 원인
한번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주제의 방송에 출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남자 아나운서가 하루는 부부싸움을 했는데, 전혀 싸울 일도 아니었고 또 자기기 잘못한 것도 없는데 아내가 화를 내는 바람에 부부싸움이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내용을 들어보니 퇴근 시간 즈음에 아내가 전화를 걸어 “여보! 나 지금 몸이 아프니까 일찍 들어오세요”라고 말해서 자신은 “약 먹었어? 약 없으면 약 얼른 사 먹어”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내가 크게 화를 내서 결국 부부싸움으로 번졌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아내분은 왜 “약 사 먹어”라는 말에 크게 화를 낸 것일까요? 여기서 남성과 여성의 뇌 구조 차이를 엿볼 수 있습니다. 남자는 결과 중심적이며 목표 지향적이고, 여자는 과정 중심적이고 관계 중심적인 사고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 진심을 말했음에도 갈등이 유발된 것입니다. 갈등의 이유는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한 것에 있습니다. 아내가 전화를 한 이유는 약국에 가서 약을 사 먹을 수 없어서가 아니라 남편이 자신의 입장을 알아주고 위로받고 싶어 조금 일찍 왔으면 하는 마음에 전화를 한 거라고 추측됩니다. 그런데 정작 남편은 약을 사 먹으라고 하니 아내 입장에서는 섭섭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때 남편은 어떻게 대답하는 것이 좋을까요? “많이 아퍼? 힘들겠다. 얼른 퇴근하고 갈 테니까 증세 구체적으로 말해봐요. 약 사서 갈게”라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대답이 필요한 것입니다.
또 만약 남편이 술을 마시고 새벽에 들어왔을 때 아내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사실 대부분의 아내는 이런 경우 잔소리를 퍼붓습니다. 그러면 다음 날 남편은 “집구석에만 오면 지겨운 잔소리를 해대네?”라고 오히려 화를 내고 홧김에 다시 술을 마시고 올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남편이 듣고 싶은 말을 한다면 상황은 어떻게 바뀔까요? 늦게 들어온 남편에게 “여보! 요즘 일이 많이 바쁘죠? 오늘도 접대하느라 힘드셨겠어요. 이렇게 늦게까지 술을 마셨으니 당신 몸이 걱정이네요. 얼른 쉬세요”라고 하면 남편 입장에서는 자신의 고충을 이해해주고 건강을 염려해주는 아내가 고맙고 미안해서 그런 아내를 걱정하게 하거나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더 노력할 것입니다.
2. 인간관계를 망치는 말
인간관계를 망치는 말은 불평, 욕, 비판 등이 있지만, 바른말도 포함됩니다. 바른말을 하는 순간들을 떠올려보세요. 그때가 언제인가요? 바로 잔소리를 할 때입니다. 잔소리 치고 틀린 말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바른말은 잔소리입니다. 프로이트는 사람들의 말실수는 무의식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말실수는 은연중에 자신의 본심이 나오는 것이며, 평소에 자주 말실수를 한다면 그만큼 억눌려 있던 속마음이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 직장 상사와 직원 간의 관계에서 흔히 나타납니다. 실제로 오가는 말들을 분석해보면 상대방의 감정이 상하는 말 중에논리적으로 맞는 말이 많습니다. 그래서 잔소리는 바른말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말하는 것이 좋을까요? 그것은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이냐 아니냐에 달려 있습니다.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인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감정의 차이가 나타나게 됩니다. 당장 지적할 일이 있다 해도 숨을 한 번 고르고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상대방의 기분이 덜 상하면서 상대방이 잘못을 다시 하지 않도록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말을 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자식에게 잔소리를 하고 싶다면, 잠시 내 자식이 아니라 이웃집 아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남의 집 자식에게는 함부로 말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부모의 최대 실수는 ‘내 자식’이 라는 생각에서 비롯됩니다. 그래서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기보다는 내 감정이 먼저 앞서고 함부로 말하기 때문에 관계가 어긋나고 대화의 문이 막히는 것입니다.
3. 바른 말보다 듣고 싶은 말
학교 교육은 입시 위주이다보니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울 기회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상대의 말을 충분히 듣고 어떻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은지 배울 기회가 부족합니다. 또한 우리는 정답을 찾는 일에 익숙해져 있어서 대화를 할 때도 그 말이 맞는 말인가 틀린 말인가를 먼저 따지게 됩니다. 그러나 바른말은 대부분 잔소리입니다. 그러니 다음과 같이 하나만 명심하면 됩니다. ‘내가 하려는 말이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하는 말인가? 아닌가?’ 만약 분명 바른말임에도 상대방의 기분이 상할 말이라면 그 말은 분명 잔소리입니다. 물론 때에 따라서는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이 아닐지라도 꼭 해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 일상에서는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상대가 어떤 말을 듣고 싶을지 먼저 생각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서도 바른말은 벌통을 차는 일과 같다고 말합니다. 좋은 관계를 위해 하고 싶은 말보다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한다면 인간관계를 위해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