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언서판(身言書判)
중국에서는 당나라 태종 때 관리를 뽑기 위해서 선발기준으로 삼았던 것이 있는데,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는 것입니다. 생김새(호감가는 용모), 말씨(명확하고 논리적인 말), 문장력(이치에 맞는 글), 판단력(현명한 판단력)을 보고 인재를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 문화가 고려시대 광종 때 도입되어 조선시대까지 쭉 이어졌습니다. 이는 250 여 년 전부터 시작된 인상학이 바탕이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상학은 얼굴 인상만이 아니라 말에 해당하는 언상과 자세와 행동, 옷차림 등에 해당하는 체상을 모두 포함합니다. 신언서판이든 인상이든 예로부터 인재를 뽑을 때 그 사람의 내면을 외면으로 얼마나 조화롭게 표현해서 호감과 신뢰를 얻느냐를 중시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서양의 경우는 어떨까요?
2. 가장 매력적인 대통령, 케네디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은 1위가 제16대 대통령 링컨이고, 가장 매력적이고 인기 있는 대통령으로 꼽히는 인물이1위가 케네디, 그 다음은 클린턴과 오바마입니다. 그렇다면 왜 많은 사람이 그들에게 호감을 갖는 것일까요? 여기에서는 케네디와 오바마의 매력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이미지 컨설턴트로서 대선후보와 정치인 이미지 컨설팅을 많이 하다 보니 대선 때가 되면 각 방송사로부터 섭외를 받아 선거 관련 다큐를 제작하거나 시사 프로그램을 제작하곤 합니다. 한번은 모 방송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방송사에서 케네디와 닉슨이 최초로 TV토론을 했던 동영상을 제공해주어 분석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사전 지지율에서 큰 차이로 앞서 있던 닉슨은 거의 승리를 예감하고 있었고, 여론 또한 닉슨을 점찍고 있었습니다. 닉슨은 다소 거만한 듯한 자세와 냉소적인 표정으로 토론을 했고, 패션도 블루 그레이에 의상 핏감이 여유가 많아 흑백 TV에 비친 닉슨은 힘이 없고 나이가 들어 보입니다. 앉아 있는 자세도 허리를 펴지 않아 구부정했고, 서 있는 자세도 단상에 기대듯이 서서 별다른 제스처도 없었으며, 카메라보다는 질문자나 케네디를 보면서 토론에 임해 자신감이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실제로 닉슨은 매우 유능하고 언변이 뛰어난 달변가로 알려져 있었는데, TV토론 전에 진행되었던 라디오 토론에서는 회차를 거듭할수록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반면 케네디는 정치 경력이 닉슨에 비해 매우 짧았고,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서 승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TV토론에서 그는 단정하고 강렬한 컬러의 의상을 입고, 토론 내내 허리와 어깨를 펴고 있으며, 서거나 앉은 자세도 당당하며 계속 밝은 표정으로 카메라에 시선을 줍니다. 또한 토론을 할 때는 하이톤이긴 하지만, 제스처와 함께 강조하고 싶은 곳에는 악센트를 주며 설득력 있게 토론을 펼칩니다. 그 결과 케네디가 미국의 제35대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그는 대통령 임기 2년 10개월 만에 피살되었음에도 지금까지 많은 사람의 가슴속에 가장 매력적인 대통령으로 남아 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그의 인기 요인은 젊고 활기 있는 이미지와 국민에게 희망과 변화를 느끼게 하는 자신감, 논리적인 연설 등이었습니다.
“국가가 여러분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지를 묻지 말고, 여러분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십시오”라는 연설은 역대 명연설로 꼽히면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3. 최고의 연설가, 오바마
오바마도 혜성처럼 등장했습니다. 2004년 무명에 가까웠던 한 신인 정치인이 무대에 올라 찬조 연설을 합니다. 당시 부시의 연임 도전에 대항마로 나선 존 케리/ 존 에드워드의 민주당 전당대회 무대였습니다. 잘생기고 미소가 가득한 얼굴에 좋은 목소리, 정확한 발음, 강조할 부분에서 악센트를 주거나 반복법을 쓰며 강조하는 리듬감, 무엇보다 딱딱한 사실이나 정책이 아니라 사람 중심의 스토리텔링으로 공감과 희망을 이끌어내는 그의 연설에 온 국민은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오바마는 그 무대에서 자신만의 매력으로 미국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새로운 희망의 정치후보로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4년 후 2008년 대선후보로 도전해서 제44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그의 선거 유세현장에서는 언제나 공감과 희망의 매력적인 스토리텔링 형식의 연설과 그의 미소와 자신감 넘치는 제스처와 바디랭귀지가 화제가 되었고, 그러한 매력으로 인해 그는 국민의 공감과 마음을 얻었습니다.
그는 케냐 출신의 유학생이었던 흑인 아버지와 인류학자였던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나 2세 때 부모의 이혼으로 조부모와 함께 지낸 시간이 더 많았고, 재혼한 어머니와 계부 밑에서 중학교 시절을 보내고 다시 조부모와 지냈습니다. 오바마의 유년 시절과 청소년기는 늘 불안정했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마약에까지 손을
댔는데 그 사실이 알려지면서 선거 기간에 공격을 받아 정치생명에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힘들었던 삶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그렇게 힘든 시절에 해서는 안 될 실수를 했다고 인정하며 고백했습니다. 이러한 모습에 미국 국민은 오히려 오바마에게 동정을 보냈고, 그를 용서했습니다.
그는 리더로서 여러 가지 장점을 갖고 있는 인물입니다.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는 미소,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스피치, 자신감 넘치는 바디랭귀지, 귄위의식을 벗어던지고 국민과 함께 소통하는 겸손함은 그가 왜 존경받는 리더인지를 설명해주는 요소들입니다. 오바마는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군인들과 어울려 농구를 하고, 대중 앞에서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벗어던지고 마이클 잭슨 춤을 추기도 했습니다. 또 일반 시민들과 야구를 하고, 트위터를 통해 직접 소통을 하며 미국 국민의 마음속에 가장 인간미 넘치는 대통령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남을 끌어당기는 매력은 외모와 능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타고난 외모보다는 따뜻하고 친근한 미소와 태도, 상대에게 공감을 끌어내는 언변, 진정성 있는 행동, 상대방을 존중하는 자세, 유머 감각, 자신만의 개성 등을 고루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만인의 귀감이 되는 인물들은 분명 성공할 만한 요소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것을 잘 분석해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나간다면 어디에서나 환영받는 인재의 조건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