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미지를 먹고 사는 시대
요즘 젊은 현대인들 사이에서는 돈을 버는 것 보다 더 관심을 갖는 것이 외모와 이미지 관리이다. 이는 시대적 변화에 따른 문화현상이며, 인간의 욕구가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었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700원짜리 컵라면을 먹고 5천 원짜리 커피를 마시며 기쁨과 만족을 느낀다. 어른들이 보면 ‘겉멋’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 겉멋에 죽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게 바로 오늘이기도 하다. 그래서 ‘얼마나 큰 부자가 되고 싶은가?’보다는 ‘얼마나 더 멋지고 곱게 나이를 먹을 수 있을까?’에 더 많이 관심을 가지고 고민한다. 이는 기업의 광고나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여서 21세기를 이미지 시대라고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미지에는 몇 가지 특성이 있다.
2. 이미지 특성
첫 번째 특성은 대표성이 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이미지 역시 단순히 한 개인의 가치와 능력을 평가받는 것만이 아니라 학교생활을 할 때에는 학교를 대표하는 이미지이고, 회사생활을 할 때에는 회사를 대표하는 이미지이며, 외국 여행을 나가거나 공무적인 일로 해외에 갔을 때에는 각 자의 나라를 대표하는 이미지이다. 그래서 한 사람의 이미지는 대표성이라는 특성이 존재한다. 결국 개인의 이미지가 좋은가, 나쁜가에 따라 속한 조직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질 수도 낮아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조직에 속한 구성원일수록 자기 이미지에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프로들은 이 대표성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행동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가 얼마 전에 6개월간 하던 방송을 그만 두게 되었다. 새벽 방송이다 보니 강의스케줄에도 문제가 생겼지만, 신체적인 건강에도 무리가 따라서 그만 두기로 결정을 하였던 것이다. 드디어 마지막 방송을 하고 같이 호흡을 맞췄던 스텝진과 출연진들끼리 인사를 하고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 때 평소에 늘 바빠서 함께 식사를 하기 어려웠던 윤인구 아나운서가 그 날은 회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와 함께 식사를 하고는 계산도 직접 하는 것이었다. 차까지 마시면서 마지막 내가 가는 길에 가벼운 포옹과 함께 따뜻한 배웅을 해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방송국에 출연하는 사람들 모두가 바쁘다 보니 따뜻하게 챙겨드리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지 않고 따뜻하고 좋은 분들이 더 많은데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제가 이렇게 식사라도 한번 대접해 드리지 못하면, 마치 우리 방송국 사람들 모두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각인될까 걱정이 되더군요. 절대 그렇지 않구요, 그동안 정도 많이 들었는데 헤어지는 게 섭섭하기도 해서 모처럼 시간을 냈습니다. 건강하시고 다음에 더 좋은 프로그램을 통해서 꼭 다시 만나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진정한 프로는 바로 이러한 자세를 가진 사람이 아닐까?
두 번째 특성은 전염성으로 영향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미지의 어원을 보면, 분위기(vibe)라는 의미가 있는데 분위기는 파장(vibration)이 있고 진동이 있어서 보는 이에게 영향력(leadership)을 미치기 때문에 곧바로 전염된다. 그래서 호감 가는 이미지를 가진 사람을 보면, 바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고, 혹여 기분이 안 좋다고 인상을 찌푸리게 되면 상대방도 같이 짜증이 나게 된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분위기가 있는데, 이처럼 각자가 지닌 그 분위기는 만나는 사람에게 기분이나 사고력 등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흔히 ‘노는 물이 중요하다.’라고 하는 것이다. 리더십은 바람직한 영향력을 말하므로 각 분야에서 핵심적인 일을 맡고 있는 리더일수록 사소한 부분에도 전략적인 이미지 경영이 필요하다. 그만큼 리더의 표정 하나, 말 한마디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 한마디 던지거나 행동하기 전에 반드시 그 이후에 일어날 일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고 표현하는 것이 이미지 리더십을 키우는 방법이다.
세 번째는 도미노성이다. 그러니까 100-1=99가 아니라 100-1=0이다. 옛말에 “열 번 잘하다가 한번 잘못하면 욕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잘나고 능력이 있으며, 열 번을 잘하다가 사소한 것 하나라도 실수하게 되면 전체 이미지가 일제히 무너지는 도미노 게임과 같다는 것이다. 제 아무리 최고급 명품이어도 조그마한 손상이나 흠이 있으면 이미 명품이 아니듯이 사람의 이미지도 그러하다. 그래서 사소한 것에도 긴장을 늦추지 말고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것이고, 그것을 늘 염두에 두고 사소한 일에도 기장을 늦추지 않고 자기관리를 잘하는 사람이 진정한 프로다. 프로라면 일반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줄 알아야 하고, 관심을 두지 못하는 일에도 관심을 두고 관리를 잘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프로들은 사소한 일에도 함부로 행동하지 않으며, 크고 작은 일에도 자기관리 능력이 철저하다. 왜냐하면 프로들은 사람이든 기업이든 국가이든 간에 이미지가 도미노 게임과 같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사소한 부분까지도 세심하게 관리하기 때문이다. ‘개미구멍 하나로 댐이 무너진다.’는 말이 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조그마한 틈이 생기면 댐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뜻이다. 초등학교 시절에 선생님으로부터 들었던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네덜란드 소년이 길을 가다가 둑에서 물이 조금씩 새어나오는 것을 보고 자신의 손으로 둑의 구멍을 막아 나라를 살렸다는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는 지금에 와서야 이미지를 공부하면서 더욱 더 가슴 깊이 와 닿는다. 사람의 이미지도 아주 작은 결점 하나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를 종종 보기 때문이다.
네 번째는 차이성이다. 사람은 자기가 보는 주관적 이미지와 타인들이 보는 객관적 이미지가 다르다는 것이다. 자기가 남들에게 대해서는 제대로 보고 평가하는데, 정작 자기에 대해서는 바로 보지 못한다. 그래서 자기 이미지는 실제 자기만 모르고 남들은 다 알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것은 즉 자기는 자기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의미이고 이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의 모순이기도 하다. 이미지는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존재한다. 나 아닌 타인들의 다양한 평가가 모여서 객관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이미지 경영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자기가 스스로를 보는 주관적인 이미지와 타인들이 보는 객관적 이미지의 차이를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오해를 줄이고 손해를 보지 않으며 성공적인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이 보장된다. 이것은 김경호 박사가 정립한 이미지 메이킹의 개념 두 번째인 주관적인 자아상과 객관적인 자아상의 차이를 축소하거나 제거하는 일(김경호, 2004)이듯이 이러한 과정은 인간관계에서 오해를 줄이고 자신을 인정받을 수 있는 일임을 알 수 있다.
다섯 번째 법칙은 변화성으로 이미지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늘 변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안 좋은 습관이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도 분명한 사실은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개선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지금은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자신의 건강이나 마음상태, 혹은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부정적으로 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긍정적인 자기 이미지로 발전해나가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이미지 경영이 필요하다.
3. 이미지 경영의 목적
여러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서 필자와 소속된 연구소 팀에서 많은 사람들의 이미지를 변화시키는 프로젝트를 실행한 경험들이 많다. 처음에는 매우 부정적이고 손해만 보는 이미지를 가진 출연자를 불과 몇 시간에서부터 2주일 사이에 호감이 가는 이미지로 변화시키는 과정을 통해서 얼마든지 이미지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강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궁극적으로 이미지 경영의 목적은 자기관리능력과 대인관계능력을 향상시키고 자아를 실현하는데 있다. 그것은 곧 자신과 타인과의 소통은 물론이고 속한 조직과 소통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소통이라는 것은 그 장애물을 없애는 것이 우선이다. 그 장애물 중에 대표적인 것이 지나친 아집이나 고정관념이다. 이 고정관념을 깨고 남이 나를 보듯이 자기를 객관적으로 볼 줄 아는 눈을 길러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스스로 변하고자 하는 의지와 변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모든 일은 하고자 하는 생각에서부터 출발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가진 가장 대표적인 특권을 스스로 변화시키는 능력이다. 사람은 누구든지 변할 수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