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집단지성을 이끌어내는 회의
집단지성이라는 개념을 처음 생각한 사람은 영국의 유전학자 프랜시스 골턴(Francis Galton)이다. 1906년 골턴은 영국의 서부 우시장에서 ‘황소 몸무게 정확하게 맞추기 대회’를 보게 되었다. 787명에 이르는 다수가 참여했고, 이 중에는 몇몇 소 전문가도 포함되어 있었다.
군중은 소 한 마리를 놓고 소의 무게를 예측해 적어냈는데 실제로 어느 누구도 정확한 무게를 맞추지는 못했다. 그러나 787명의 군중이 적어낸 값의 평균을 낸 결과 실제 소의 무게(1,198파운드)와 거의 비슷한 1,197파운드로 나타났다.
이것은 소수의 엘리트보다 평범한 다수의 지식이 모인 결과가 훨씬 정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집단지성의 힘이다. 회의를 하는 것은 소수가 생각하지 못한 것을 다수가 함께 의논해서 가장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의사 결정 과정이다.
20여 년간 기업체 강의를 진행하며 질의응답 시간을 갖거나 팀장과 구성원들과 상담을 해보면 수많은 직장인의 바람 중 하나는 리더가 회의를 생산적으로 이끌어주는 것이다. 한 기관의 리서치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회의가 25% 이상 늘었다고 한다.
보통 회의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 조직의 업무가 잘 돌아가지 않는 것과 상관관계가 있다. 조직이 잘 돌아가면 회의도 짧고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SNS가 발달한 이후로는 대면 회의가 아니더라도 메일이나 SNS, 또는 조직 내부의 커뮤니티 채널을 통해서 회의가 이루어는 경우가 많아졌다.
회의는 자유롭게 의사를 교환할 수 있어야 생산적인 회의가 가능하다. 그러나 많은 기업의 경영 현장을 들여다보면 잘못된 회의관행이나 비생산적인 회의방식을 흔히 보게 된다. 임원이나 직원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불필요한 회의가 너무 많고 회의 시간이 길어 업무에 지장을 주거나 에너지와 시간 소모가 많다는 목소리가 많다.
기업의 회의는 최고경영자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소집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가장 소모적인 회의가 그런 회의다. 그런 경우는 이메일이나 공동 커뮤니티를 이용해서 하는 편이 더 바람직하다. MZ세대들이 회의에 참석하게 되면 그들의 가치관과 코드도 감안하는 것이 좋다. 그들은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풍부한 세대이므로 그들이 의견을 자유롭게 내놓을 수 있는 분위기가 되어야 효율성과 생산성이 높은 회의가 될 수 있다.
2. 구글회의법을 벤치마킹하자.
세계 구직자들 사이에서 가장 다니고 싶은 기업으로 꼽히는 구글의 경우 회의의 원칙을 분명하게 정하고 있다. 구글의 회의 원칙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모든 회의에는 리더가 필요하므로 반드시 참석한다. ②회의의 명확한 목적과 프로세스가 뚜렷해야 한다. ③정보 공유와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회의에도 리더가 필요하며, 회의 후에 의결된 내용을 관련자들에게 잘 전달해야 한다. ④회의는 꼭 필요할 때만 한다. ⑤회의 참석자는 8명 이내로 한다. ⑥회의에는 꼭 필요한 사람만 참석한다. ⑦시간을 엄수한다.
구글의 회의방법을 참고해서 우리나라 기업의 회의를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이끄는 방법을 이끌어낸다면 무엇일까? 그 방법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1. 회의 안건(아젠다)을 분명하게 미리 알린다.
회의 참석자들이 안건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고 분석해 발표할 자료를 사전에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2. 회의 횟수와 시간을 되도록 줄인다.
회의 시간은 30분을 넘지 않는 범위로 정한다. 회의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소모적이고 업무에도 손해다. 꼭 필요한 회의가 아니면 회의를 위한 기계적인 회의는 과감히 없애고 메일이나 공동 커뮤니티로 대체한다.
3. 회의 참석자 전원에게 발언권을 준다.
전원이 발언권을 가져야 안건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제시할 수 있고, 집단지성의 힘을 발휘해 최선의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
4.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의 숫자를 줄인다.
회의 참석자는 그 안건에 직접 관련이 있거나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으로 제한한다. 관련이 없는 직원이나 비전문가가 참석할 때 회의는 소모적인 회의가 된다.
5. 수평적인 분위기로 자유롭게 의사를 교환해야 한다.
윗사람 눈치를 보며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거나 윗사람의 순서가 지난 후에 발표하는 분위기는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인 회의다.
6. 회의는 편안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출발한다.
회의는 같은 조직의 구성원들이 나누는 조직 커뮤니케이션의 자리이므로 오프닝부터 “회의합시다”라고 하면 분위기는 무겁고 딱딱해진다. 우선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서로 안부 인사를 짧게 나누며 부드러운 분위기로 시작한다.
7. 발언하는 시간을 정하고 사족은 지양한다.
회의는 오프닝에 분위기를 풀기 위한 간단한 인사 외에는 안건에만 집중하고, 발표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발언 시간을 정하는 것이 좋다. 만약 한 사람의 발언이 너무 길어지면 회의 시간도 길어지고 회의 결과를 도출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사족을 금하고 안건에 대한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서만 발언을 한다.
8. 회의 결과는 반드시 도출한다.
결과를 도출하지 않으면 회의는 무의미해진다. 같은 안건으로 다시 회의를 여는 것은 매우 소모적이다.
9. 도출된 결과는 전 구성원과 공유한다.
조직을 활성화하고 협업이 잘 이루어지는 팀워크가 형성되려면 공동 목표와 안건에 대해 모두가 알아야 한다. 그렇게 될수록 집단지성의 힘을 높일 수 있다.
10. 회의 결정 내용은 번복하지 않고 평가까지 이루어져야 한다.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회의에서 결정한 것을 번복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많은 기업에서 회의에서 결론이 난 사안을 최고경영자가 독단적으로 뒤집는 일이 자주 있다. 그러면 회의를 한 의미가 없어지고, 구성원들이 CEO를 신뢰할 수 없게 된다.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의 실행 결과는 관련된 구성원들에게 반드시 전달해 실행하고, 그들로부터 공정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고 나서 평가에 따라 수정할 부분이 있다면 관련된 전문가나 담당자들만 모여서 다시 조정을 위한 회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회의 분위기를 보면 그 조직의 문화를 알 수 있다. 리더에게 회의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능력은 매우 중요한 자질이자 역량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직원들의 업무시간과 몰입은 중요한 자원이자 생산성과 직결되므로 상황에 맞는 효율적인 회의방법에 대해 리더는 늘 혁신적인 생각과 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송은영 칼럼니스트는 숭실대학교 경영대학원 이미지경영학과 겸임교수다. 한국 최초의 얼굴박사이자 대선후보, 국회의원 등 고위 정치인의 이미지 컨설팅과 여러 기업 CEO 등 리더 전문 이미지 컨설턴트이며, 기업 강사와 방송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송 교수는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자기만의 매력과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데 세상을 설득할만한 매력을 찾아 어필하는 방법을 아는 것은 성공의 날개를 다는 것과 같다고 강조한다. 강의를 천직으로 삼고 있는 송 교수는 “송은영의 존경받는 롤모델 리더십”이라는 칼럼을 한국강사신문에 연재 중이다.
KBS <아침마당>, SBS <좋은아침> 등 여러 방송사에서 TV특강을 진행했다. 저서로는 베스트셀러인<당신의 매력을 브랜딩하라>와 <인상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모든 것은 얼굴로 통한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