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첫인상과 끝인상
일과 관계에서 첫인상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유종의 미’를 거두는 끝인상도 첫인상 이상으로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상대방의 마지막 모습을 더 오래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첫인상과 끝인상에 따라 사람들의 유형을 분류해보면, 첫인상도 좋은데 끝인상도 좋은 사람, 첫인상은 좋은데 끝인상이 별로인 사람, 첫인상은 별로였는데 만날수록 진국이고 끝인상이 좋은 사람, 첫인상도 별로인데 끝까지 별로인 사람 등 크게 네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인간관계를 깊이 들여다보면, 관계의 지속이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첫인상보다 끝인상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두 효과나 맥락 효과 또는 후광 효과로 인해 첫인상이 매우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속적인 인간관계에서는 첫인상이 마지막까지 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좋았던 상대가 나중에 실망스러운 경우가 있고, 반대로 첫인상이 안 좋았던 사람이 나중에 괜찮게 느껴지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날수록 좋은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는 끝인상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2. 끝인상 관리
사람의 마지막 모습은 가장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이를 심리학적으로 ‘최신 효과(Recency Effect)’라고 하는데 마지막 모습이 기억에 가장 오래 남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공부할 때 가장 나중에 암기한 것이 가장 잘 기억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사회생활에서는 끝인상을 관리해야 할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만났던 사람과 헤어질 때의 모습을 관리하거나 상품을 구입하고 나서 애프터서비스(AS)를 제공하는 것, 어떤 거래를 계약하고 나서 사후 관리하는 등이 끝인상을 관리하는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진정으로 좋은 사람이냐 아니냐는 단순히 첫인상으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만남을 이어가는 동안 편안하고 유익하며 만나고 싶은 느낌을 얼마나 주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첫인상을 잘 관리했다 할지라도 지속적으로 만나는 동안 실제의 모든 것이 드러나게 됩니다. 그렇다면 관계에서 어떤 끝인상을 보여주는 것이 좋을까요? 마지막 모습에서 인상 깊은 여운을 남겨서 상대방에게 좋은 모습을 각인시키려면 ‘여운 효과(Lingering Imagery Effect)’를 주는 것이 좋습니다.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 업무적인 일로 미팅을 할 때는 친절하고 관심과 열정을 보이다가 헤어질 때는 두 번 다시 보지 않을 것처럼 홱 돌아서는 사람을 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이전의 일들을 다시 돌아보게 되면서 만나서 나누었던 대화나 일들이 정치적이거나 사무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진정성이 의심되기도 합니다.
3. 끝인상이 인격이다.
KBS의 <생방송 오늘>에서 ‘직장인의 생존전략, 이미지 메이킹’ 코너를 맡아서 6개월간 전문가 패널로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남자 진행자는 윤인구 아나운서였습니다. 첫 방송일에 만났을 때 3초 만에 형성된 윤인구 아나운서의 첫인상은 그리 따뜻한 편은 아니었습니다. 눈이 외꺼풀에 얼굴형이 갸름한 목형이라서 스마트하고 이지적인 인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인사를 건네면서 보이는 미소는 외꺼풀의 다소 차가워 보일 수 있는 눈이 하회탈처럼 따뜻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또한 목소리도 매우 따뜻한 목소리여서 잠시 저를 긴장시켰던 첫인상이 조금 녹아내렸습니다. 방송을 6개월 동안 진행하고 마지막 방송이 있던 날 윤인구 아나운서가 “6개월 동안 함께했는데 점심식사라도 같이 하고 가시죠”라며 작가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대접해 주었습니다. 저는 유명인도 아니었고 언제 볼지도 모르는 사람이었기에 그렇게까지 마음을 써주는 윤인구 아나운서가 내심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헤어질 때는 악수와 허그까지 해주면서 그동안의 수고에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방송을 6개월 동안 진행하고 마지막 날에 보여준 품격 있는 매너와 호의에 윤 아나운서의 끝인상은 오랫동안
호감과 따스함으로 긴 여운을 남기고 있습니다.
가끔 보험이나 방판 상품을 영업하는 사원들을 만날 때가 있는데 처음 상품을 홍보할 때는 친절하고 관심을 보이다가 계약이 끝난 뒤에는 무관심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매우 불쾌하고 다시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그래서 고객과의 관계나 인맥관리는 사후관리가 더 중요합니다. 만났다가 헤어질 때는 적어도 한두 번쯤은 헤어진 사람을 다시 돌아보면서 천천히 돌아서는 것이 매너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고객이나 웃어른인 경우에는 먼저 돌아서는 것은 예의가 아니므로 상대방이 가는 것을 지켜보다가 돌아서는 것이 호감 가는 끝인상을 주는 방법입니다.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표현하고 좋은 인간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끝인상 관리가 필수입니다.